어느 해에 무엇을 했는지 모조리 기억하진 못한다. 삶을 돌이켜볼 땐 일종의 팻말이 꽂혀 있는 때만 기억난다.팻말의 색이 다채롭고 숫자가 많을수록 풍성한 삶일 수 있겠다. 신산하고 고단한 인생살이일 수도 있겠고. 유년기. 몇몇 에피소드가 있지만 사건이랄만한 일은 아니다.십대. 사건이라고 할 만한 일이 있었고 성인기까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지만 더는 지금의 나를 규정하는 데 유의미하게 언급할만하진 않다.이십대. 돌이킬 수 없는 과오이나 후회하지는 않는 뚜렷한 첫 번째 팻말. 의도하지 않았으나 내가 축적시킨 성과에 대한 결과로 인생의 방향이 정해질만한 사건, 두 번째 팻말.삼십대. 의도해서 축적시킨 성과에 대한 결과로서 세 번째 팻말. 세 번째 팻말로 시작된 몇 차례의 성과로서의 팻말들. 음... 너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