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의미

준잠 2024. 11. 11. 20:09

내가 이 회사를 만나서 얻은 것은,
인생은 내 기대를 무참히 박살낸다는 것이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처절하게 체화하게 만들어주었다.

내 노력과 재능은 대개 그에 응당한 보상을 받았다.
적은 노력과 하찮은 재능은 작게,
많은 노력과 빛나는 재능은 드러나게 대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엄청난 노력과 최대한의 재능을 발휘했지만,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조직 안에서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알게 됐고, 끝내 받아들여야만 했다.

불공평하고 억울하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할 가장 중요한 진실은,
세상이 내 노력과 재능을 알아주어야 할 어떤 이유도 의무도 없다는 거다.
그게 삶이다. 불공평하고 억울하지만 또 다시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
내가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교만이 철저하게 박살나고 자근자근 밟혔다. 내 열정과 노력과 의지 따위는 희망을 동력 삼아 자가발전하는 데 의의가 있을 뿐, 성취와 성공에 이르는 데 결정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열정과 노력과 의지가 없다면 성취와 성공으로 가는 망망대해에 배조차 띄울 수 없다. 일단은 배가 있어야 나서보는 것이다. 수평선 너머 엘도라도를 발견할지, 망망대해 위에서 탈수로 죽어갈지는 모르지만, 우선은 닻을 거두고 돛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겸손해지기 위해 이 회사를 만났다.
큰 가르침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산책 밤러닝  (1) 2024.11.14
외로움과 불안의 관계  (1) 2024.11.13
한 번 무너지면 와르르  (1) 2024.11.12
요즘 먹는 것들  (4) 2024.11.10
제 반지 주운 분, 부디 잘 써주세요.  (6)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