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바람

준잠 2024. 11. 15. 20:41

할 일이 많을수록 외롭다
안부를 묻는다거나
생각도 안 해본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박장대소한다거나
그런 순간들을 잠시 떠올린다

지나가는 것과 끝나는 것은 다르다
모든 지나가는 것은 끝난다
모든 끝나는 것은 지나가지 않는다

유머러스한 사람들이 도란도란 떠드는 소리를 듣고 싶다
가끔 소리내어 웃으면서 눈을 맞추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적당히 놀리고 적당히 배려하고 적당히 집중하는 이야기들, 그런 순간, 
그 자리에 있고 싶다
한마디씩 추임새를 거들다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마주친 일행과 
우리가 지금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눈웃음으로 교감하고 싶다
술 깰겸 찬바람 부는 거리를 걸어 주차장으로, 전철역으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면서
오늘을 아쉬워하고 싶다

지나가는 시간이 끝나갈 때
끝난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이렇게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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