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를 잃어버렸다.약지에 끼기엔 퍽 헐렁하긴 했었다. 그런데 약지에 끼지 않으면 도무지 어울리는 손가락이 없게 화려했다.18k, 1캐럿 다이아몬드가 당당하고, 옆으로 그에 걸맞게 고급스러운 세공의 큐빅들이 우아하게 박혀있다. 있었다...어머니 반지였다. 내 돈 주고 살 수 없는 지나치게 값나가는 장신구는 대개 어머니 처녀 시절, 그러니까 외가가 부유할 때 사부작사부작 늘려갔던 것들이다.십수년 전 물려받아 간혹 기분내고 싶을 때 끼곤 했다.평생 보물로 간직할 줄 알았다. 혹은 정말로 극한 상황이 되면 팔아서 한동안 연명할 수 있게 만들어줄 줄 알았다. 시세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내 머릿속에서만 부풀려져 있을 뿐 실제로 되팔 때는 이 잃어버린 허망함이 허망해지게 약소한 가격일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