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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반지 주운 분, 부디 잘 써주세요.

반지를 잃어버렸다.약지에 끼기엔 퍽 헐렁하긴 했었다. 그런데 약지에 끼지 않으면 도무지 어울리는 손가락이 없게 화려했다.18k, 1캐럿 다이아몬드가 당당하고, 옆으로 그에 걸맞게 고급스러운 세공의 큐빅들이 우아하게 박혀있다. 있었다...어머니 반지였다. 내 돈 주고 살 수 없는 지나치게 값나가는 장신구는 대개 어머니 처녀 시절, 그러니까 외가가 부유할 때 사부작사부작 늘려갔던 것들이다.십수년 전 물려받아 간혹 기분내고 싶을 때 끼곤 했다.평생 보물로 간직할 줄 알았다. 혹은 정말로 극한 상황이 되면 팔아서 한동안 연명할 수 있게 만들어줄 줄 알았다. 시세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내 머릿속에서만 부풀려져 있을 뿐 실제로 되팔 때는 이 잃어버린 허망함이 허망해지게 약소한 가격일 수도 있지만..

일상 2024.11.09

티스토리를 시작하면서 생긴 궁금증들

티스토리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내게 티스토리는 말하자면 대기업 네이버와 소기업 이글루스 사이의 탄탄한 중견기업 규모 같은 이미지였다.구글 검색 결과에도 잘 나오지 않지만 광고성 글이 많고 꽤 오래 유지되고 있다. 폐업한 이글루스와 달리 수익이 있는 거겠거니 짐작할 뿐이었다. 이번에 가입할 때 카카오가 인수(?)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며칠 슬쩍 둘러보니, 인터페이스가 영 불편하고 효율적이질 않다.일단 첫화면에서 카테고리별로 볼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첫화면에 띄워주는 인기글이 아닌 글을 보기 위해 어떻게 내가 관심있는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하는지 모른다. 아예 그 방법이 없고 오직 인기글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일리는 없지 않은가? 이글루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첫화면 구성은 같지만 이글루스는 그 카테고..

카테고리 없음 2024.11.08

드라마 인물을 만드는 입문 과정

*소설 등 문학작품이 아닌 영상매체 드라마 인물에 국한해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간략하게 서술함. *숫자는 과정의 순서가 아니라 단락을 구분하는 명칭일 뿐임. 1 나는 먼저 인물의 속성을 크게 보편성과 개별성으로 나눈다. 내가 선호하는 비율은 7:3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7할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 인물만이 가지고 있는 개별성을 3할 부여한다. 만약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평범해지고 있다면 경계한다. 개별성이 높아진다면 "이 캐릭터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라는 피드백을 감수해야 한다. 2 여러 인물이 나오는 시리즈 드라마의 경우, 캐릭터 간의 차이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데코보코'다. 열정발랄 주니어와 권태권위 시니어의 버디물을 떠올리면 쉽다. 모든 지점..

카테고리 없음 2024.11.08

마흔에 예쁜 사람

나는 요즘 내가 예쁘다.한껏 단장하고 거울을 볼 때뿐만이 아니라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허름한 실내복-절대 문밖에 입고 나갈 수 없게 해진 티셔츠와 배달음식 고추기름이 군데군데 얼룩진 수면바지-으로 갈아입고, 찬바람에 건조하게 벌게진 뺨으로 문득 거울을 마주칠 때조차 아, 참 예쁘다, 하고 생각한다.정신이 온전치 못하거나 정말로 예쁜 것은 물론 아니다.몇 년에 걸쳐 체중 감량을 해서 몸피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예뻐 보일 수가 없는데 나는 왜 이제야, 이럴까?이제야, 그렇다, 마흔이 되는 생일을 갓 지난 이제야 나는 내가 예쁘다.    평생 나를 치열하게 미워했다.숱한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외모였다. 뚱뚱하다로는 서운할 거대한 몸, 예쁘지 않은 얼굴. 이런 사람을 만나면..

카테고리 없음 202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