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 마음의 불편함을 감지했던 건 찬영과의 월간데이트였다.
"허엉어어어엉엉 제발 제바알 허어어엉 제바알"
완곡하게 출연을 거절하는 사람에게 끝없이 조르는 말투에 숨이 턱 막혔다.
그가 결국 승낙해서 출연했고 잘됐다는 결과와 상관 없이,
거절을 힘들어해서 상대가 계속 요구하면 미치게 곤란한 경험이 있는 입장에선 갑자기 내가 그 순간으로 끌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으므로 인상 깊었다.
집들이에 온 친구들에게 찰스엔터 퀴즈쇼를 진행하면서
내 생각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게 놀라울 것 같은데, 어느 문제에서 머뭇거리니
"니네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일 때 좀 더 선명해졌다.
루씨님에게 "뽀뽀하자!"
루씨님이 그저 웃기만 하니까
"왜? 뽀뽀 싫어해?"
여기서 정확해졌다. 찰스엔터는 진짜 이기적이구나 ㅎㅎㅎㅎ 너무 뭘 몰라서 이기적이구나.
뽀뽀라는 대단히 친밀한 행동을 안 하려는 것이 '나와 그런 행동을 할 만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곤란해한다는 생각을 아예 못 하고, 단지 그 행위를 싫어하느냐고 단박에 물어보는 거다.
친구들에게 "니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어" 라고 하면 친구들은 어떨까?
그녀를 위해 시간을 내서 선물을 사들고 집들이에 와서 그녀에 대해 맞히는 퀴즈를 하면서도
"아냐! 그렇지 않아! 난(우리는) 너에게 관심 많아!"
"미안해! 앞으로는 안 그럴게"
이렇게 제 입장을 변명하거나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찰스엔터 눈치를 봐야 한다. 즉, 입장이 곤란해진다.
이게 대체적인 공통점이다.
찰스엔터는 대놓고 '상대가 질색하는 게 좋아서 플러팅한다'는 게 그녀의 유튜버로서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마음에 공감도 하고 재미있어 한다.
나 살빠졌지? 나 적게 먹지? 나 머머하지? 나 어떻지?
어쩌면 누군가는 동의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끝없이 모두에게 퍼붓는다. 그녀의 질문에는 무조건 정해진 대답을 해야하는 것이다.
다 이런 맥락이다. 상대가 곤란해하는 줄 알면서도 하거나 그럴 거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자기가 그 순간순간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한다.
사회는 이걸 '이기적이다'라고 부르기로 합의를 했고 ㅎㅎㅎ
찰스엔터는 적어도 유튜브에 공개된 것만 가지고 보면,
주변에 자기처럼 자기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이 없어서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찰스엔터가 불편해하거나 곤란해하지 않을 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친구다 ㅎㅎㅎ
혹은, 본인은 그런 말을 들어도 곤란하지 않으니 남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건 더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면 스스로 깨닫는 영역의 문제 중에 하나일 수 있을 것이다.
"난 나 같은 사람 만나고 싶어. 사랑이 많은 사람."
거리낌없이 말하는 그녀가 감탄스럽다. 사랑스럽다.
그녀는 정말로 사랑이 많다. 수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만나면서도 더 잘해주고 싶어하고 더 사랑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아름답다.
아, 여기에 또 이유가 있었다.
난 사랑하고 있으니까 잘해주고 있으니까 그가 하는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행동들이 괜찮은 거다. 본인은 그게 상대가 좋아서 사랑을 주는 행동이니까 ㅎㅎㅎ
많은 게 이해가 됐다.
동시에,
이렇게 오래오래 살면서,
평생 타인의 감정만 배려하느라 내 감정은 늘 파탄나고 ㅋㅋ 그걸 안고 사느라 마음이 병든 내가,
자기 감정이 최우선인 찰스엔터를 불편해함과 동시에
저렇게 사는 것에 대해 해방감과 부러움을 느끼는 양가감정을 깨달았다.
나에겐 보통 이기적인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크거나 많으면 가까이 지내고
이기적인 속성이 가장 강하면 멀어지는 거였는데,
찰스엔터는 내 삶의 궤적과 기준 안에서는, 내 상황과 감정, 처지를 고려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임에도
그 자체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깨달음도 새롭다.
감정을 정리하다보니, 사실 남들이 왜 그녀를 사랑하는지는 각자의 이유가 있을 거고
내가 왜? 에는 스스로 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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