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내 이웃의 비밀> 스포0

준잠 2024. 11. 23. 19:21


-<덱스터>의 엠씨홀이 EP로 참여하면서 주인공.
그는 왜 이 드라마를 하고 싶었을까?
사실상 덱스터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자애로운 아버지, 다정한 남편, 동시에 그들을 잃은 비애,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근친 관계, 성실한 직장인, 이중생활하는 양가감정, 액션, 스릴러, 로맨스, 서스펜스.... 시즌이 워낙 쌓이면서 심지어 잘못된 변화까지도 보여줬다.
그럼에도 시리즈는 끝났고 그는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무브온' 해야 했을 것이다.
왜 이 드라마였을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만들어질 가치가 있는 이야기다, 라고 판단했을 지점을 찾기가 쉽진 않다. 사건에 휘말리고 내적 갈등을 통해 성장, 변화하는 캐릭터라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주인공 톰 딜레이니는 저마다 진실과 마주해 극렬한 갈등을 겪어내야 하는 인물들의 외부인에 가깝다.
아. 그래서인가? 더는 자신이 '드라마'를 겪어내는 인물이 아니라, 난리법석 '드라마퀸'도 아니라, 주인공의 포지션으로 서포트하는 인물이 되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이거야말로 크게 흥행한 시리즈의 원톱 주인공이었던 배우가 가고 싶을 만하고, 또 영리한 선택일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선택이 납득된다.
그럼에도 조금 더 매력적인 주인공을 선택했어야 하지 않나 싶지만.

-주인공 톰 딜레이니는 1년 전 아내가 병으로 사망한 뒤 두 딸과 살고 있다. 첫째딸 열여섯살 제니가 어느날 사라지고, 제니를 찾기 시작한다. 톰과 내연관계에 있는 이웃이자 형사도 수사를 시작한다.
제니가 사라지기 전 참석했다는 친구의 파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그 파티에서 제니의 남자친구 크리스가 죽은 채 발견됐고 크리스의 엄마는 학교 선생으로 소아성애자라는 고발을 막 받은 참이다.  
파티 때 제니를 차에 태워 사라진 사람은 톰의 베프이고, 그 이후 기차역 승강장 cctv에 제니와 마지막으로 대화나누는 게 찍힌 남자는 형사의 남편이다.
파티를 연 제니의 친구는 부모를 동원해 크리스의 죽음을 은폐하고, 제니가 찾아갔던 술집의 사장 바비는 제니를 알면서도 모른 체한다. 제니는 일주일 가까이 나타나지 않는데 톰이 둘째딸, 즉 제니의 동생인 척 메시지를 보내니 답장을 했고 위치추적을 통해 가본 곳은 고작 몇 발짝 떨어진 이웃 헬렌의 집이었다. 그런데 그 집이 불타고 있고 헬렌은 죽어 있다. 톰은 아내가 죽던 날 다른 여자와 술마시고 재미보느라 제니 혼자 엄마의 죽음을 감당해야만 했던 죄책감을 계속해서 떠올린다. 그런데 이제 제니가 엄마, 톰의 아내로부터 엄청난 비밀, 톰은 알아서는 안 되는 어떤 말을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두 거짓말을 했거나 하고 있다. 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원작소설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간다. 겹겹이 쌓인 비밀과 숨겨둔 본성이 나온다. 모두 용의자이자 모두 결백하다. 적어도 제니의 실종에 한해서는.
떡밥을 뿌리는 데 능숙하고 그걸 기어이 다 회수한다.
그런데... 뿌릴 땐 거하게, 거둘 땐 소박하게.
십대청소년과 외도라는 아내를 몰래 고발했던 남편,
악의 화신처럼 굴었지만 사실은 사랑꾼인 부자 이웃가족,
망나닌 줄 알았더니 가출십대소녀에게 자기 트레일러를 내줬을 뿐인 백수 남편, 꿍꿍이가 있는 줄 알았더니 그저 생물학적 게이 아빠를 찾으러 온 루키 형사...
모두를 의심하게 하고 모두 그저 괜찮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는 게 짧은 8부작 안에서조차 김새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내를 비롯한 (믿을만했던) 몇 명의 인물들이 모두 과거 화재 사건의 범인이었고 그것을 알게 된 제니와 크리스의 폭주(?)가 낳은 살인과 상해와 기만쇼였음이 밝혀진다.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밝혀진다. 특히 가해자들은 영원히 도망칠 수 없다. 톰이 톰이었어야 하는 이유는 극이 완전히 끝나기 5분 전에야 밝혀진다. 내연관계인 형사를 자수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니야, 너 왜 실종됐던 거니? 그냥 집에서 따순 밥 먹으면서 다녀도 되는 거였는데...